여름엔 나무 도마를 쓰면 안 된다는 말, 관리의 문제입니다
몇 해 전 여름, 마트에서 저렴한 나무 도마 하나를 별생각 없이 집어 왔던 적이 있습니다. 얇고 가벼워서 좋다 싶었는데, 두어 달 지나니 표면이 거뭇하게 얼룩지고 결 사이가 벌어지면서 갈라지기 시작했어요. 결국 여름을 다 못 넘기고 버렸습니다. 그때 얻은 교훈이 “나무 도마는 여름에 못 쓴다”가 아니라, “나무 도마는 관리 방법을 알고 사야 한다”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좀 더 두툼한 원목 도마를 골랐고, 관리법을 제대로 배워서 지금 1년 넘게 여름을 두 번 나며 쓰고 있습니다.
왜 다시 나무 도마였나
플라스틱 도마도 한동안 썼는데, 저는 칼이 닿는 느낌이 아무래도 나무가 더 좋더라고요. 도마질할 때 소리도 부드럽고, 칼날이 덜 상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방에 그냥 세워둬도 그림처럼 보기 좋아서, 요리하는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는 게 컸어요. 실용만 따지면 플라스틱이 편하지만, 매일 쓰는 물건이라 손맛이 나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번엔 저가형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딱 두 가지만 봤습니다. 하나는 두께. 얇은 건 습기 먹고 마르기를 반복하면 결국 휘거나 갈라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묵직한 원목을 골랐어요. 다른 하나는 결의 방향인데, 이건 사고 나서야 관리하며 알게 된 부분입니다.
첫인상과, 몇 달 뒤에 알게 된 것들
처음 며칠은 그냥 좋았습니다. 도마질감도 만족스럽고, 새 나무 특유의 은은한 냄새도 나쁘지 않았어요. 문제는 여름이었습니다. 장마철에 접어드니 예전 싸구려 도마의 악몽이 떠오르더라고요. 아침에 보면 도마가 미묘하게 눅눅하고, 하루만 방심해도 표면에 물 얼룩이 남았습니다.
여기서 제가 배운 게 핵심입니다. 나무 도마가 여름에 문제가 되는 진짜 이유는 나무 자체가 아니라 습기와 세균이에요. 나무는 미세한 구멍이 많은 소재라 물기와 음식물 성분을 머금습니다. 여름처럼 기온과 습도가 높은 시기엔 그 안에서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생고기나 생선을 자른 뒤 대충 헹구고 세워두면, 눈에 안 보이는 틈에서 문제가 생겨요. 도마 위생과 교차오염 관련 정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꾸준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리법을 바꿨습니다. 쓰고 나면 바로 흐르는 물에 씻고, 굵은 소금을 뿌려 레몬 반쪽으로 문질러 냄새와 얼룩을 잡았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완전 건조입니다. 눕혀서 말리면 바닥에 닿은 면이 안 마르니까, 반드시 통풍 잘 되는 곳에 세워서 양면이 다 마르게 뒀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식용 오일을 얇게 발라주는 오일링을 했는데, 이게 나무가 물을 덜 먹게 막아주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이렇게 하니 두 번째 여름은 얼룩 하나 없이 넘겼습니다. 이건 습기관리의 기본이기도 합니다.
아쉬운 점
솔직하게 단점도 말씀드릴게요. 손이 갑니다. 플라스틱 도마처럼 식기세척기에 던져 넣고 끝, 이 안 됩니다. 세척기에 넘어가면 고온과 강한 물살에 나무가 트고 갈라지기 때문에 무조건 손세척에 자연 건조예요. 바쁜 날엔 이 과정이 번거로운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두툼한 원목이라 무겁습니다. 씻을 때 한 손으로 들고 돌리기가 은근히 힘들어요.
또 하나, 생고기·생선 전용으로는 솔직히 권하기 망설여집니다. 저는 육류용은 따로 플라스틱 도마를 두고, 나무 도마는 채소나 빵, 과일처럼 바로 먹는 재료 위주로 씁니다. 이렇게 용도를 나눈 게 위생 걱정을 크게 덜어줬어요.
지금도 쓰고, 이런 분께 권합니다
1년 넘게 쓴 지금도 이 나무 도마는 제 주방 주력입니다. 오일링을 꾸준히 해서인지 결도 여전히 탄탄하고, 오히려 손때가 묻어 처음보다 색이 깊어졌어요. 매일 아침 채소 썰 때 나는 그 부드러운 도마 소리가 이제는 하루를 여는 소리처럼 느껴집니다.
정리하자면 “여름엔 나무 도마 쓰지 마라”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관리 없이 방치하면 맞는 말이지만, 씻고 → 세워서 완전 건조 → 주기적 오일링 → 용도 분리, 이 네 가지만 지키면 여름에도 충분히 잘 씁니다. 손이 가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나무의 손맛을 즐기고 싶은 분, 그리고 도마도 주방 인테리어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분께 권합니다. 반대로 관리에 시간 쓰기 싫고 위생이 최우선이라면, 마음 편히 도마관리가 쉬운 플라스틱 쪽이 나을 수 있어요. 결국 소재의 문제가 아니라, 내 생활 패턴과 맞느냐의 문제입니다.
작성: KitchenLab Editorial Team | 최초 작성일: 2026.08.05 | 최종 업데이트: 2026.08.05
사진: AltumCode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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