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에어프라이어 반년 써보고 알게 된 것들
에어프라이어는 사실 유행 다 지나서 산 편이에요. “그거 결국 안 쓰고 자리만 차지한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미루고 미루다, 반년 전에야 들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 경우엔 자리만 차지하진 않았어요. 다만 기대와 달랐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고요. 오늘은 그 반년치 솔직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왜 샀나
혼자 사는데 오븐은 너무 크고, 에어프라이어는 예열이 빠르고 작다는 게 매력이었어요. 냉동식품 데우는 것 말고도, 기름 안 두르고 튀김 비슷한 걸 할 수 있다니까 다이어트에도 도움 될까 싶었고요. 무엇보다 프라이팬에 기름 튀기며 전 부치는 게 너무 귀찮았어요. 뒷정리가요.
처음 써본 느낌
첫 요리는 뻔하게도 냉동 감자튀김이었어요. 200도에 15분 돌렸는데, 겉이 바삭한 게 진짜 튀긴 것 같더라고요. “오, 이거 물건인데” 싶었죠. 예열도 3~4분이면 끝나서, 오븐 예열 기다리던 시절과 비교하면 신세계였어요.
근데 두 번째 요리에서 바로 현실을 알았어요. 삼겹살을 구웠는데, 기름이 아래로 쫙 빠지는 건 좋았지만 그 기름이 바닥에 눌어붙어서 청소가 만만치 않았어요. 아무거나 다 넣으면 되는 만능 기계는 아니구나, 이때 알았습니다.
몇 달 지나고 알게 된 것들
반년을 쓰니 이 기계의 진짜 쓸모가 뭔지 감이 왔어요. 장점부터요.
첫째, ‘데우기’의 격이 달라요. 전자레인지에 데운 치킨은 눅눅한데, 에어프라이어에 5분 돌리면 튀긴 직후처럼 바삭하게 살아나요. 어제 시킨 치킨, 빵, 피자 데우는 용도만으로도 값을 한다고 느껴요.
둘째, 손이 안 가요. 재료 넣고 온도·시간 맞추고 돌려두면, 그동안 저는 설거지하거나 다른 반찬을 만들 수 있어요. 기름 튀는 걸 지켜 서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게 생각보다 큰 자유였어요.
셋째, 채소 구이가 의외로 맛있어요. 가지, 애호박, 파프리카에 기름 살짝 발라 돌리면 단맛이 확 올라와요. 이건 안 사봤으면 몰랐을 활용법이에요.
이제 아쉬운 점입니다.
용량이 생각보다 작아요. 혼자 먹을 땐 충분한데, 두 명분만 돼도 두 번에 나눠 돌려야 해요. 바스켓에 겹쳐 넣으면 겹친 부분이 안 바삭하거든요. 한 층으로 펴 담아야 제맛이라, 손님 오면 이 기계로 감당이 안 돼요.
그리고 이건 계절 얘긴데요. 여름엔 열이 은근히 부담이에요. 이 무더운 7월에 에어프라이어를 20분 돌리면 좁은 주방이 훅 더워져요. 에어컨 켜둔 방 온도가 야속하게 올라가서, 요즘은 한낮은 피하고 저녁에 몰아서 쓰게 되더라고요. 겨울엔 몰랐던 단점이에요.
청소를 미루면 냄새가 나요. 바닥에 떨어진 기름을 그때그때 안 닦으면, 다음에 돌릴 때 탄내가 배어요. 특히 습한 요즘엔 기름 찌든 바스켓을 하루만 방치해도 꿉꿉한 냄새가 올라와서, 쓰고 나면 바로 미지근한 물에 담가 닦는 습관을 들였어요.
지금도 쓰냐고요?
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써요. “안 쓰고 자리만 차지한다”는 말이 저한테는 안 맞았어요. 다만 그건 제가 ‘데우기·채소구이·냉동식품’ 같은 이 기계가 잘하는 일에만 시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처음처럼 삼겹살까지 다 여기서 구우려 했으면 진작 구석에 밀어놨을 거예요.
이런 분께 권해요
혼자 살거나 소인 가구이고, 배달 음식·냉동식품을 자주 데워 먹고, 기름 요리 뒷정리가 싫은 분께 잘 맞아요. 반대로 가족 인원이 많아 한 번에 많은 양을 조리해야 하거나, 이미 오븐을 잘 쓰고 계신 분이라면 활용도가 낮을 수 있어요.
만능은 아니지만, 잘하는 몇 가지는 확실히 잘하는 기계예요. 그 몇 가지가 내 식생활과 맞는지만 따져보시면 후회는 적을 거예요.
작성: KitchenLab Editorial Team | 최초 작성일: 2026.07.19 | 최종 업데이트: 2026.07.19
사진: Samay9211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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